2021. 5. 11. 18:12ㆍ단편소설
명절은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가서
가족들도 만나고 중간에 친구들도 만나는
좋은 자리가 많이 있는 좋은 날인데
그럴 때마다 상사나 윗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려야 하고
양주나 선물세트 같이 보내야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
특히 나는 개인사업자라 크게는 상관없는데
직장생활을 하는 형님이
외국여행 다녀올 때마다 양주를 사 오라고 부탁하는 걸 보면
내가 마실 술도 사야 하는데 하다가도
외국 다녀온 동생한테 술 심부름시키는 형 마음도 편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에
가슴이 살짝 찡하다
TV에 나오는 사과박스들을 볼 때마다
저런 일만 막으면 참 좋을 텐데...
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들이 많다는 한 정치인의 말이
어릴 땐 그냥 재밌고 웃겼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
뼈저리게 실감이 된다
생각해보면 내가 대학생 때 김영란법이라는 게 나와서
교수님들 드릴 선물도 축소하고 그랬는데
예전엔 얼마나 더했을지.....
어릴 때 공부가 제일 쉽다는 얘기를 들으면
나의 노력이 평가절하 되는 거 같아서
가슴이 뜨거워지고 위장이 탭댄스를 추곤 했는데
이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
실력으로 대접받는다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이고 감사한 일인지를
뒤에 가는 사람이 돈과 입으로 윗사람에게 주는 게 뇌물인데
그게 언제쯤 없어질는지...
+@
夂 : 뒤져 올 치, 뒤져 올 종
貝 : 조개 패는 다른 한자 안에서는 '돈'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.
(참조)
https://hanjastory.tistory.com/9
특정 지역에서는 화폐가 나오기 이전에 조개로 물물교환을 했습니다.